미스터 부 : 뎃판야끼 1984
미스터 부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뎃판야끼를 티빙에서 보았어요. 미스터 부 시리즈라는 게 말이 시리즈이지 그냥 허관문이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 숫자를 붙여놓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허관문이라는 이름이 홍콩 코미디를 상징하는 장르처럼 되어버렸기에 이상하지는 않는 제목이에요. 미스터 부 시리즈는 일본에서 영화가 히트치면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90년대에 사춘기를 맞이한 탓에 최애의 영화는 대부분 90년대 초중반이지만 뒤늦게 비디오로 찾아본 80년대 중후반의 영화들도 애착이 큽니다. 하지만 8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의 영화들은 사실 모르는 작품이 많아요.
그나마 아는 것은 가화삼보 영화나 최가박당 같은 당대에 히트한 유명작이에요. 때문에 허관문의 코미디 영화는 대부분 모르는 영화들입니다. 한국에서의 미스터 부 시리즈의 인기 역시 매니아들만 보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물론 형님 세대의 경향을 알리가 없으니 짐작을 할 뿐이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지용삼보를 시작으로 마등보표를 지나 이번에 뎃판야끼까지 보고난 감상은 허관문이 홍콩 코미디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동안 내가 접했던 80년대 초중반의 홍콩 코미디라는 것은 말이 코미디이지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저질 코미디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 시절의 감성으로 그나마 이해를 해주고 그땐 그랬지라고 수긍을 해가면서 봐도 어느 순간 역겨움이 올라오는 그런 것이 화면에 덧칠해져 있는데, 허관문의 코미디 영화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물론 가부장적인 설정과 어느 정도의 폭력적인 성향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굉장히 만화적인 표현으로 보여져요. 화면 내내 슬랩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코미디 표현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클래식한 코미디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네요.
최근에 본 80년대 배경의 홍콩 코미디 영화들은 영화 중반의 어느 지점에 되면 출연한 여배우를 어떻게든 해보려는 음흉한 시도가 엿보이는 연출이 많아요. 반면 허관문의 영화에는 그러한 의도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매번 미모의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고 그녀에게 반하는 설정은 나오지만, 그리고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연출이 있지만 거기까지에요. 대부분이 건전한 지점에서 멈춥니다.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하는 허관문은 코미디에 집착을 하지 여배우를 벗기려거나 희롱하려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다른 8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와 차별이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최근에 본 8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 중에 짜증이 나는 작품들이 증지위의 출연작이 많은데, 증지위가 출연하거나 참여한 거의 모든 코미디 영화를 보면 어느 순간 재미를 핑계로 여배우를 희롱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연출이 많아요.
그것이 80년대 홍콩 코미디의 유행이었는지 증지위의 인기 포인트였는지 몰라도, 지금에 와서 보면 눈이 찌푸려지는 그런 것들이 허관문의 영화에는 없어요.
영화의 스토리는 텟판야끼(철판요리)점에 데릴사위로 사는 허관문의 이야기이에요. 장인은 폭력적이고 가압적으로 허관문을 괴롭히고, 부인은 노골적으로 남편을 무시합니다. 거의 노비나 다름없이 살고 있어요. 그렇게 오늘도 요리점에서 헛된 상상을 하면서 일을 하는 허관문은 요리점을 찾은 엽청문에게 반하게 되고,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온갖 소동을 일으킵니다.
초반에 허관문의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과장되지만 재미있는 구성의 코미디가 만들어지고, 엽청문에게 반한 이후로 그녀와 데이트하기 위해서 매번 몰래 탈출하는 장면이 재미있게 이어집니다.
다른 미스터 부 시리즈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설정을 보여주고 거기에 기반한 다양한 코미디 장면이 나오고 그러는 와중에 감정이 고조되다가 폭발하는 식으로 영화가 구성되어 있어요.
각각 코미디 장면의 연출은 굉장히 만화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가스가 폭발을 하면 까맣게 타서 연기가 나오는 식의 정말 클래식한 표현을 시작으로 바다에 빠지자 조스가 나타난다거나 섬에 표류하자 원주민이 나와서 여자를 납치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80년대의 그 시절에나 가능한 상상력이 영화에 가득해요.
그 시절을 모르는 이들이 보면 따분하고 촌스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비행기 기내안에서 펼쳐지는 코미디가 재미있었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다른 느낌이지만 같은 방식의 만화적 표현으로 90년대를 사로잡았던 주성치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도성을 시작으로 주성치에 흠뻑 빠져 지냈던 나에게 허관문의 영화는 코미디의 선조를 보는 느낌이에요. 배우의 외모와 연기 방식, 그에 따른 설정은 다르지만 표현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연출이 닮은 구석이 많은 느낌이었어요.
후반부의 스토리는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주인공 허관문의 감정이 폭발하면서 굉장히 극단적으로 흐르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꼼꼼하게 구성된 만화적 연출로 마무리 짓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오요한과 잠건훈이 출연한 신용쌍향포의 캐릭터와 콜라보를 한 지용삼보나 허관걸, 허관영 형제와 함께했던 마등보표를 보았을 때는 조금은 과장된 그 시절의 만화적 표현이 가득한 코미디 영화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뎃판야끼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네요.
미스터 부 : 텟판야끼는 굉장히 신중하게 구성하고 연출한 클래식 코미디 영화에요. 8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거의 톱이 아닐까 싶어요. 허관문이 왜 홍콩 코미디의 대부라고 불리는지도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22살의 엽청문의 싱그러운 모습이 좋았어요. 늦은 세대인 나에게는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이 철갑무적 마리아와 첩혈쌍웅의 모습 정도인데, 최근에 80년대 초중반의 영화를 찾아보면서 더 어린 시절의 엽청문의 모습이 많이 즐겁습니다. 귀엽고 이쁘고 그렇네요.
뎃판야끼는 1985년 홍콩 금상장에 남우주연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습니다.
미스터 부 시리즈는 일본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았다고 해요. 시리즈가 박스셋으로 출시가 될 정도라고 하네요. 그래서 일부러 일본식 철판구이인 뎃판야끼점을 배경으로 기획을 했을려나. 굳이 뎃판야끼가 아니라 홍콩 요리점이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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