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선 1988

ott에 아카이빙 된 화중선을 찾아 보았다. 홍콩 영화가 득세하던 사춘기 그 시절에 천녀유혼2와 3를 극장에서 본 추억이 있따. 뒤늦게 천녀유혼 1편도 비디오로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외의 아류작들은 거의 찾아보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작품이 나왔는데 그 아류작에도 왕조현이 그대로 나온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나서 화중선을 보게 되었다.

예상대로 화중선은 아류작이다 보니 구성이 너무 헐거운 느낌이다. 집중에서 보기 어려워서 여러번 나눠서 보았다. 기억에 남은 건 엔딩 부분의 앞머리를 내린 왕조현이 너무 이쁘다 정도다.



연적하(우마)는 강에서 목욕을 하다가 떠내려온 아기를 주워 키운다. 그 아이는 커서 십아(원표)라는 이름으로 곁을 지킨다. 한편 최홍점 서생(오계화)는 우연히 얻은 그림 속의 귀신 모수(왕조현)과 사랑에 빠진다. 

십아와 서생은 친구가 되어 같이 지내는데, 그러면서 사부인 연적하에게 귀신과 사랑에 빠진 것을 들키게 된다. 인간과 귀신을 떼어놓으려는 연적하와 대립하는 십아. 그러는 사이에 귀왕(이미봉)에 의해 모수가 납치되고 그녀를 구하러 가게 된다.

일단 그림 속의 요정이라는 의미의 화중선이라는 제목은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우마가 연기한 연적하가 주연인 작품이다. 이름도 천녀유혼의 연적하와 똑같다. 그러니까 일종의 스핀 오프 개념으로 연적하의 이야기를 따로 떼어 만든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화중선의 이야기는 중후반에 다루어지고 초중반까지는 연적하와 그의 의붓아들 습아에게 집중된다.  

원표가 연기한 십아, 습아의 캐릭터는 일본의 유명한 설화인 모모타로에서 따온게 분명하다. 강을 따라 흘러 내려온 아기를 주워 키웠더니 나중에 오니(귀신) 퇴치를 했다는 설정을 가져와서 캐릭터를 만들었을  것이다. 모모타로와 외양도 거의 흡사하다. 

이 시기의 원표는 가화삼보가 자연스럽게 해체되면서 단독 주연으로 작품을 하면서 다양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시도를 하던 시기인 것 같다. 우마 감독과도 작품을 더 찍었는데, 공교롭게도 황비홍의 흥행에 편승한 비각칠(1993)도 그렇고 이 작품 화중선도 그렇고 흥행작에 편승한 아류작에 출연한 이미지가 크다. 그렇게 원표는 저물어간 것 같다. 

귀신이 되고 마는 모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강을 타고 흘러온 아기를 키우는 연적하의 이야기를 그리고, 서생과 십아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귀왕이 등장해 연적하와 대립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초반에 공을 들여 설정한 이야기는 서생과 귀신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흐리멍텅해진다.

오계화가 연기한 서생의 연기는 좋았다. 왕조현 역시 주어진 귀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우마 감독은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하는 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만남은 있지만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없다. 한순간에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정해지고 그대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설득력이 없어서 연적하가 말한 대로 서생이 귀신에 홀렸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러다가 귀왕에 의해 모수가 납치를 당하자 구하러 가야하는데 여기서 또 뜬금없이 연적하와 십아가 다투더니 십아 혼자 구하러 간다. 빌드 업 과정이 허술하고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구성이 헐거워지면서 후반부의 연출이 너무 아쉬웠다.

원표가 연기한 십아와 잠깐 썸을 타게 되는 나미미는 개심소녀조로 기억하고 있다. 개심귀2와 4에 나온 기억이 있다. 이 영화 출연할 때는 20살로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중이었나 보다. 후반부에 어이없이 죽음을 당하고 사라지지만 칙칙한 우마의 얼굴로 가득한 영화에 귀여운 나미미가 등장하니 화면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귀왕으로 등장하는 이미봉 역시 미스 홍콩 출신의 미모의 여배우다 보니 귀왕임에도 미모가 돋보였다. 결국 왕조현, 이미봉, 나미미의 미모만이 남는 영화였다. 

왕조현의 연기는 너무 뻔했다. 왕조현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연출을 맡은 우마의 잘못일 것이다. 천녀유혼의 연기를 그대로 답습하게 시켰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천녀유혼이 개봉하고 히트를 치자 곧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개봉일의 차이가 5달이 채 안된다. 영화 개봉하고 흥행이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려면 한달은 있어야 하니 불과 넉달만에 기획, 제작, 촬영, 편집이 되어서 개봉된 것이다. 천녀유혼의 흥행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려는 속셈이 너무 뻔히 보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화중선은 홍콩 영화가 인기가 있던 그 시절에 천녀유혼을 보았던 세대들에게 유효한 작품이다. 왕조현의 팬이거나 혹은 홍콩 귀신 특촬물에 관심 있는 분에게도 관심이 갈 작품일 것 같다. 그 외의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는 그저 철지난 B급 아류작일 뿐일 것 같다.

홍금보가 제작을 해서 홍가반이 액션 연출에 참여한 것 같은데, 귀신이 나오는 판타지 물이라서 그런지 장점을 발휘할 구석이 없었을 것 같다. 초반에 귀신으로 분장한 원화가 나와서 원표와 대결하는 장면은 볼만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없었다.


화중선을 다 보기는 했는데, 중반까지도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었다. 30년전에 보았다면 그 시절 추억이라도 있을텐데 이제와서 이걸 꾸역꾸역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다행히도 마지막 부분에서 앞머리를 내린 왕조현이 너무 이뻐서 영화를 본 의미를 건졌다. 19살 왕조현은 너무 이뻤다. 근데 영화 내내 올린 머리였는데 마지막에 왜 갑자기 앞머리를 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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