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존자 1990

 국내에는 독존자라고 소개가 된 마로영웅은 90년대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거리의 불법 카레이싱을 소재로 하여서 단순한 액션 영화와는 차별이 되는 작품이다. 


90년대 초반의 홍콩에는 이러한 불법 카레이싱이 꽤 많았나 보다. 천장지구도 떠오르고, 속편에서는 불법 바이크 레이싱을 소재로 한 것도 떠오른다. 

독존자는 장학우와 막소총이 더블 주연을 맡았고, 이려진과 진아륜의 각각 커플로 등장한다. 당시에 비디오 커버를 본 기억은 있지만 너무 b급스러운 제목의 독존자 때문에 건너뛰었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찾아보니 90년대 홍콩 영화의 감수성을 가득 담은 영화였다.

영화 전체에 담긴 90년대 홍콩 영화 특유의 색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탓에 조명이 적다보니 홍콩 거리의 울긋불긋한 생 조명이 그대로 담겨서 배우의 얼굴에 파랗고 빨갛고 조명이 다 덮혀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조직의 일원으로 지내는 장학우와 패거리들로 시작된다. 장학우는 경찰인 우마를 아버지로 두고 이려진을 여동생으로 두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반항심으로 가득하다. 여자친구인 진아륜이 어서 손을 씻기를 바라지만 자기 성질을 못이기는 그런 남자다.

한편 막소총은 레이싱을 좋아하지만 어진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정비소의 동료들과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목표지만 어쩔 수 없이 장학우와 대립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이려진을 만나게 된 막소총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라는 기본 설정으로 4명의 남녀가 얽히고 설키게 된다. 그런 와중에 각각의 패거리도 대립하게 되고 카레이싱 승리를 두고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처음 본 영화였지만 불법 카레이싱을 하는 남자들이라는 설정, 아버지와 갈등을 하는 주인공, 라이벌이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 상황, 손을 씻지 않으면 여자친구가 캐나다 유학을 가겠다는 낯설지 않은 설정이 전형적이면서도 익숙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 시절 홍콩 영화의 감수성이 설레이게 다가왔다. 

특히 막소총이 너무 잘생겨서 당시 여성팬들이 정말 설레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혈남아에서의 사고뭉치의 캐릭터로 기억되던 장학우는 이 영화에서는 유덕화처럼 동생들을 아끼는 큰 형 캐릭터로 나와서 신선했다. 

이려진과 진아륜은 당시 24살로 미모가 절정에 달하던 때인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이려진은 막소총과 사랑에 빠지는 여러 장면에서 기억에 남을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용등사해에서 유덕화와 커플로 나와서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어서 너무 좋아했는데, 하이틴 스타를 지나 청춘 스타로 발돋움하던 시기인지라 이 작품에서의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연출을 맡은 사전의 감독은 특별히 인상에 남는 감독은 아니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조금 주목을 하게 된다. 예스마담5 중간인의 감독 정도로만 생각되었는데, 이후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제법 괜찮은 작품도 있는 것 같다. 접할 기회가 있다면 찾아보고 싶다.

카레이싱은 가수량이 맡았다. 아마도 당시 홍콩 영화의 카레이싱 장면은 거의 대부분이 가수량이 맡았을 것이다. 주성치와 장학우가 주연을 맡았던 성전강호의 감독으로 기억되는데, 클라이막스의 카레이싱 장면도 나름 박진감 넘쳤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나 위험한 장면이다 보니, 그리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져서인지 대부분이 거리에서의 도둑 촬영인 것 같다. 레이싱 장면은 속도 조절을 한 티가 난다. 안전을 위해서 카메라 프레임을 느리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천장지구2에서도 바이크 레이싱 장면이 그런 식으로 빠르게 감겨져서 위화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결말이다. 두 패거리의 최후의 카레이싱 장면과 거기서 일어난 사건의 마무리가 예상과 너무 달랐다. 

사고와 오해로 인한 갈등까지는 좋았지만 그 후에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캐릭터 간의 감정의 골을 어떻게 다독일지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 끝내버린 게 너무도 아쉽다. 

비슷한 소재와 감수성을 담았지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천장지구 같은 시리즈와 이 작품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많이 아쉽다.

그래도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았던 것인지 속편이 제작되었고, 정식 속편과 별도로 같은 배우들이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또 찍기도 했다. 속편과 아류를 찍어대던 그 시절 홍콩 영화의 트렌드 때문이었을지도.

티빙의 아카이빙을 보니 마로영웅2도 있는 것 같아서 조만간 찾아볼 생각이다. 

한편 장학우가 소속된 조직의 보스로 용방이 등장하는데, 어느 순간 극대노해서 장학우를 괴롭힐 것만 같은 빌런의 분위기를 풍기던 용방은 그냥 마음씨 좋게 장학우가 손을 씻게 내버려둔다. 지존무상과 정전자의 그 간악한 악역 용방 아저씨가 이렇게 착하게 나올 줄이야. 나름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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