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도여걸 1992

쌍도여걸은 1992년에 만들어진 이새봉, 호혜중, 오시마 유카리 주연의 코믹 액션 영화이다. 원제는 투신가족인데, 구글 번역을 돌려보니 신을 훔치는 가족이라고 나온다. 아마도 실력있는 도둑 집안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극중 주인공 가족이 유명한 대도 가문으로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홍콩에서 유명한 협도가 부자들의 돈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을 도우는 의적으로 이름을 날리자 경찰은 특수요원을 불러 이들을 잡으려 한다. 진시황의 병마용에서 보검이 발견되어 홍콩으로 온다고 하자 협도는 보검을 훔치려 하고 특수요원들은 이를 막으려 한다. 

한편 협도는 대도 가문인데, 가문을 계승한 사형과 그러지 못한 사제가 대립하고 있다. 사제는 보검을 강탈하기 위해 협도를 위협하는데...

라고 썼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큰 의미가 없다.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는 80년대 최고의 히트작인 최가박당의 그것에서 가져왔다.

최가박당의 허관걸의 캐릭터 설정을 이새봉과 오시마 유카리가 반반 나눠서 맡고 있고, 맥가의 캐릭터 설정을 황광량과 호혜중이 반반 나눠서 하고 있다. 진시황 병마용 설정은 최가박당5의 설정에서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설정은 아니다. 대충 이야기가 굴러갈 정도로 구조 정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의 코미디로 채워져 있다. 


연출을 맡은 왕진앙 감독과 호혜중과 이새봉과 오시마 유카리는 이 시기에 다같이 출연한 영화가 많다. 아마도 다같은 영화사에 소속이 되어 유행에 따라 마담 액션 영화를 양산했을 것이다.

이 시기에 그들은 강력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와 범죄자 캐릭터를 나누어서 연기하면서 홍콩 마담 액션의 한 축을 담당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경향과 상관없이 진지한 모습은 1도 없이 황당한 캐릭터가 속출한다.

대도 가문의 사형과 사제로 원상인과 원화가 출연해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이 시기의 원화는 화면 장악력이 엄청나다. 인상도 인상이지만 연기력도 좋고 액션도 엄청나서 출연하는 영화마다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림지존의 코믹한 악당과 급동기협-청옥불의 강렬한 악당을 모두 추천하고 싶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없는 코미디로 가득하다.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만화적인 코미디까지 온갖 종류의 코미디가 나오는데, 막 웃음이 터지는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이라서 안 웃기는 게 아니라, 아마도 저 당시에 봤어도 웃기거나 그러진 않았을 것 같은 코미디다. 그냥 아아... 개그를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것 같다. 흥행 성적을 검색해보니 쌍도여걸은 개망했다. 비디오 출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일려나. 

쌍도여걸은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코미디를 하는데, 이게 참 의미가 없는 게 많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매 상황상황마다 과장된 개그를 집어 넣는다. 그나마 80년대의 썰렁한 말장난 개그보다는 상황 개그 쪽이라서 멈추지 않고 멍하니 본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면을 향해 말을 걸어서 웃기려고 하지 않나,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고 액션이 한창 진행되는 중간에 컷을 외치더니 메이크업 분장을 불러서 얼굴을 고치질 않나, 배우가 연기 중인데 촬영하던 카메라맨이 화면 너머에서 손을 뻗질 않나, 그나마의 화면 몰입도 방해한다. 

당시나 지금이나 이런 식의 코미디는 만드는 사람이나 낄낄댈 내용인 것 같은데, 한번도 아니고 이런 몰입 파괴 코미디가 여러 번 나온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아니,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싶어진다. 영화 마무리도 뜬금없이 그냥 마무리가 된다.


험상궂은 인상의 연기로 홍콩 영화의 대표적인 악역 배우 중의 하나인 황광량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거기에 코미디 연기까지 한다. 나름 신선했다.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어서 오해를 받는다는 설정의 개그는 재미있었다. 엽기적인 그녀가 나오기 한참 전의 코미디이니까 의미도 있을려나 싶다. 그런데 영화에서 표현되는 방식이 거칠고 과장되어 있어 아쉽다. 

영화를 보면서 유덕화와 관지림이 주연을 맡았던 92 신조협려의 느낌이 많이 연상되었다.  그 영화와 이 영화의 코미디의 감성이 닮았다. 이 시절의 홍콩의 코미디 감성이 이렇게 썰렁했나 싶지만 주성치가 미친듯이 웃겨대던 시절인 걸 떠올려보면 웃음 코드는 창작자마다 다른가보다.

이새봉 필모를 검색하다가 왓챠에 아카이빙 되어 있어서 찾아본 것인데 그 시절에 봤으면 그나마 추억으로 남았을텐데 이제와 보고 나니 아마도 기억에서 지워야할 것 같다. 차라리 진지한 마담 액션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당시에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어떤 느낌으로 남아 계시는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액션 장면은 제법 괜찮다. 소피아 크로포드가 등장해 이새봉이나 호혜중과 대결을 펼치는 부분도 괜찮다. 소피아 크로포드는 신시사 로스록(나부락)처럼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당시 마담 액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 존재감을 남겼다. 견자단과 함께 한 노화위룡이 그나마 대표작일려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소권괴초2 용등호약 1983

황비홍 노해웅풍 2018

황비홍 - 천하지남북영웅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