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경영웅 1987

 1987년에 개봉한 몽경영웅의 원제는 小生夢驚魂입니다. 뜻을 찾아보니 무언가에 깜짝 놀랐을 때를 나타내는 표현의 하나라고 하네요. 영문제인 Scared Stiff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스터는 그 시절 비디오 테잎의 커버를 본 기억이 있어 익숙했지만 37년이나 지나서 영화를 봤어요. 티빙에 아카이빙이 되어 있어서 그냥 잠깐 살펴본다는 것이 끝까지 다 봐버렸어요. 

그동안은 주윤발이 주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안 본 것 같기도 해요. 영화는 묘교위가 주연이고 영화 초중반은 거의 증지위와 묘교위로 채워져 있습니다.

'몽경영웅'의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묘(묘교위 분)입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는 것이죠. 

영화가 시작하면 여자들에게 엄청 인기가 많은 증지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실 그건 증지위의 꿈 속입니다. 그런데 묘교위가 등장하여 같이 놀아납니다. 


영화는 중반이 갈때까지 묘교위의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연구 단체와 그 일원인 주보의와 묘교위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묘교위의 코믹한 친구로 등장해 이러저러한 개그를 보여주던 증지위가 우연히 살인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의 시작이 진행됩니다. 

영화의 중요한 갈등 요소는 바로 살인범이자 부패 경찰인 주경관(주윤발 분)입니다. 소위(증지위)는 주경관이 살인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표적이 되죠. 

아묘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주경관과 맞서 싸우며, 꿈과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 속에 휘말립니다.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서 그것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굉장히 유명하지만 사실 80년대의 나이트메어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 자주 나오던 소재입니다. 

몽경영웅은 그 중에서도 조셉 루벤 감독의 드림스케이프라는 작품을 홍콩식으로 번안한 영화입니다.

조셉 루벤 감독의 드림스케이프는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을 맡은 1984년 작품인데, 몽경영웅의 주요 장면의 대부분이 드림스케이프에 나오는 장면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재현하고 있어요. 

특히 드림스케이프의 애정행각 에피소드도 그대로 베껴서 영화 중반 묘교위와 주보의가 요트에서 데니스 퀘이드가 했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개인적으로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의 부인으로 나와서 열연을 벌여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로맨틱한 연기뿐만 아니라 대담한 애정연기도 해서 놀랍네요.



한편 몽경영웅은 주윤발과 매염방이 각각 악역과 조연으로 등장해서 특이한 영화입니다. 1987년 몽경영웅 개봉 당시 주윤발은 영웅본색으로 엄청난 스타가 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악역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화제였다고 하네요. 

당시 홍보 기사들을 살펴보면 주윤발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도전을 했다거나 매염방이 친분으로 특별 출연을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데, 사실 영화는 주윤발이 영웅본색으로 뜨기 전에 촬영이 된 작품인 것 같아요.

영웅본색을 찍을 당시의 주윤발은 TVB의 여러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였지만 막상 영화에서는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해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인기를 잃어가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영웅본색도 당시 인기 모델 겸 신인 배우였던 진호남이 캐스팅되었다가 변경되어서 얻은 배역이었어요.  

여하튼 몽경영웅 속 주윤발의 모습은 영웅본색 이후의 모습과 많이 달라요. 헤어스타일이 더 촌스럽고 더 젊어요. 목격자로 등장해 살해당하는 역으로 나온 매염방 역시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는 역할에 대한 연출이 성의가 없어요. 그리고 더 어립니다.


그러니까 주윤발도, 매염방도 아직 뜨기 전에 찍은 작품이라는 건데, 드림스케이프가 개봉한 1984년과 영웅본색이 히트하기 전인 1986년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주윤발이 뜨고 나자 급하게 영화를 내놓은 것이죠. 

이런 의혹은 몇몇 영화 리뷰를 통해서도 알수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것보다는 주윤발의 부하 형사로 나온 원화가 젊어서 눈치챘어요. 

1987년이면 동방독응에서 콧수염을 길게 기른 능글맞은 악역을 할 때인데, 같은 년도에 나온 몽경영웅에서의 원화는 나름 파릇한 모습으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몽경영웅은 영화가 개봉한 1987년보다는 최소한 2-3년의 차이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1984년 말 혹은 1985년 초?


마지막 액션 장면은 꽤 인상에 남습니다. 영화의 설정이 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능력을 가진 묘교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 초중반에는 증지위의 꿈 속에 들어가 여자들과 놀아난다던가 주보의의 꿈속에 들어가 그녀와 애정행각을 벌인다던가 정신병자의 꿈속에 들어가 그와 함께 뱀파이어 사냥을 한다던가 하면서 제법 장르를 오가는 느낌을 주는데, 마지막 장면은 현실입니다.

현실에서 각성을 하게 되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레퍼런스인 드림스케이프에서는 그래도 꿈 속에서의 결말이기 때문에 환타지스러움에도 설득력이 있는데, 몽경영웅에서는 현실에서 급작스러운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뜬금없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액션 장면이 굉장히 파격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펼쳐집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드림스케이프의 홍콩식 번안이면서 하이브리드한 홍콩 영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콩식 코미디로 시작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지나 뱀파이어 물이 되었다가 80년대식 sf를 거쳐 우정어린 느와르를 지나 파격적인 초능력물로 끝납니다. 

사실 그 시절 홍콩 영화의 대부분이 이런 식의 구성을 가진 경우가 많긴 합니다. 영화 한편 안에 다양한 것을 집어넣어서 관객을 만족시키려는 80년대 홍콩영화스러움이 가득한 영화에요. 그런데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컬트적인 느낌이 있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 보니 굉장한 컬트 영화라는 인상이 생기네요. 

어쩌면 주윤발이라는 홍콩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악역이라는 점도 한몫을 할 거에요. 그리고 그 스타가 결말에서 그런 식으로 당하기 때문이기도 할 거에요. 어떤 모습인지는 스포가 될 거 같아서 더 표현을 못하겠네요. 40여년전의 영화인데 스포라니 ㅋㅋ 



사실 뜨기 전에 찍은 몇몇 70년대 영화에서 주윤발이 악역이라던가 조연을 맡은 영화는 제법 있지만 몽경영웅에서만큼 인상깊은 악역으로서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는 없어요. 그래서 더 이 영화가 컬트적인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한편 영화 초중반까지 다양한 여배우들이 나와서 미모를 뽑내줘요. 대표적으로 주보의만 말했지만 카미야마 안나 라던가 증화청이라던가 당대의 미녀 여배우들이 나와서 증지위에게 희롱을 당합니다. 그 시절 정서를 기억하기에 낄낄 대면서 보기는 했지만 뒷맛이 조금 찝찝하기는 해요.



80년대에 나온 증지위가 출연한 여러 영화들을 보면 여배우들이 나와 코미디라는 이름의 연출 아래에 증지위에게 희롱을 당하는 장면들이 많아요. 그게 80년대의 정서였다는 건 압니다. 증지위 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배우들이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여배우들을 희롱합니다. 

그때는 그게 웃음이었을지 모르고 하나의 트렌드이고 재미였을지 몰라요. 그렇지만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후에 남결영이 고백한 증지위 스캔들이 진실이라는 것에 더 믿음이 가네요.  뭐 그렇다고 해서 증지위 영화를 안 볼것도 아니지만 진실은 진실이고 외면해서는 안되니까요.

영화는 증지위가 기획하고 홍금보가 제작을 했어요. 그래서 유가영 감독이 연출을 하고 원화라던가 고비라던가 우마라던가 홍금보 사단이 출연합니다. 아, 오군여도 나와요. 


예고편을 보니 노골적으로 주윤발을 중심으로 편집을 해놨네요. 게다가 결말 스포일러가 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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