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간첩 1990

 소심간첩은 테디 로빈과 이지가 주연을 맡은 홍콩의 코믹 액션 스파이 영화이다. 어릴 적에 비디오를 렌탈해서 본 기억이 있는데, 티빙에 아카이빙이 된 것을 보고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주연을 맡은 테디 로빈이 제작도 맡았고, 감독은 요수도시(1992)를 연출했던 맥대걸이 맡았다. 호혜중이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런 류의 코믹 액션에서는 악역이나 주연이나 별 차이가 없다.


너무 어릴 적에 봐서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었던 탓에 거의 새로 보는 기분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이유는 주연을 맡은 이지의 미모와 코믹한 연출 탓인 것 같다.

주연과 제작을 맡은 테디 로빈은 뮤지션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전에는 테디 로빈의 음차인 태적라빈으로 소개가 되어서 태적라빈으로 기억하는 형님들도 많을 것 같다. 

홍콩은 음악이든 연기든 미모든 특출난 하나만 있다면 데뷔를 하고 그 후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하는데, 테비 로빈은 음악으로 알려지고 그 후에 제작도 하고 주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소심간첩의 음악 역시 테디 로빈이 맡았다. 

작은 체구 때문에 주연보다는 조연이나 감초 역할만 할 것 같지만 이 작품 소심간첩에서는 주연으로 활약한다. 직접 제작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홍콩 영화를 보다 보면 성규안이나 이런 조연으로 활약하던 배우들도 가끔씩 자신의 주연작품을 만들곤 한다. 당시 홍콩 영화가 전성기였기에 다양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일려나.

개인적으로는 몇 해 전 부천 영화제에서 타뢰대(2010)라는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타뢰대는 권법: 쿵후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수입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테디 로빈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다. 

소심간첩의 스토리는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테디 로빈의 이야기이다. 여성 밴드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테디 로빈은 중요한 필름을 가지고 도주하던 스파이 엽자미와 부딪히게 된다. 이미 적에게 당한 상태였던 엽자미는 그룹 포스터의 사진에 필름을 붙이고 죽고 만다.

죽기 전에 엽자미와 접촉한 이가 테디 로빈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된 스파이들은 그를 주목하게 되고 다양한 스파이들이 그를 노리며 소동극이 벌어진다.

일단 주연 남자가 작고 왜소한 탓인지 그를 만회하기 위해 주연 여배우들이 매력적이다. 초반에 필름을 남기며 죽는 스파이 역의 엽자미는 홍콩 영화계에서 섹시 글래머 하면 빠질 수 없는 여배우다. 

옥보단의 바로 그녀이기도 한 엽자미가 초반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고 사라지면 곧 이지와 호혜중이 등장해 혼을 빼놓는다.

특히 이지의 매력이 화면에 가득한 느낌이다. 당시 28살의 이지는 신 최가박당(1989),길성보희(1990)로 커리어의 절정에 있었고, 미모 역시 절정의 시기였다. 

미모가 절정인 이유는 어쩌면 그 당시에 이연걸과 열애 중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용재천애(1989)를 찍으면서 이연걸과 사랑에 빠진 이지는 이연걸이 전처와 이혼한 후에 그와 결혼하고 은퇴를 했다.

대만1호 스파이로 등장한 이지는 섹시한 매력으로 테디 로빈의 혼을 빼놓으면서 그를 추적하는 일본 스파이 무리와 대결을 펼친다. 그 와중에 등장한 호혜중은 그를 속이면서 필름을 입수하려고 한다.

 쫓고 쫓기는 머리 싸움 속에서 결국 필름을 찾아낸 테디 로빈과 이지, 호혜중의 대결이 마무리되는데...


스토리는 엄청난 스파이 영화 같지만 사실 내용은 코믹한 소동극에 가깝다. 스파이들이 모두 미모의 여배우들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작은 남자를 사이에 둔 매력 대결 같은 느낌도 든다.

이지는 영화 내내 다양한 패션으로 등장해 매력을 뽑낸다. 코믹한 장면, 섹시한 장면, 액션 장면 등에서 모두 활약한다. 어릴 적에 봤을 때는 특별한 인상이 없었는데, 몇십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서 다시 영화를 보니 화면 가득한 이지라는 여배우의 매력이 대단하다.

다시 영화를 보면서 발견한 것은 후에 도성2 가두도성(1995)의 2대 도성으로 알려진, 그리고 왕가위틱한 작품이었던 첫사랑(1997)의 감독으로 알려진 갈민휘의 모습이다. 일본 스파이 콤비 중의 하나로 등장해 영화 내내 코믹한 장면을 선보이는데, 23살의 어린 모습이 재미있었다.

연출을 맡은 맥대걸 감독은 서극이 제작을 맡은 요수도시가 유명한데, 요수도시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제작자가 더 입김이 세고 유명해서 그런지 고용감독에 가까운 감독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코믹하고 즐거운 액션 소동극이었다. 엔딩 역시 조금은 철지난 개그 같기는 하지만 허탈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시절의 정서를 기억하는 형님들에게는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거의 새로 보는 기분으로 영화를 보다가 이지가 욕조에서 목욕을 하면서 다리는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나오기도 전에 머리 속에 그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스토리는 기억 못해도 목욕 장면은 기억해내는 그 시절 사춘기 소년의 나를 떠올리며 조금 웃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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