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에서 도시살성을 보았어요. 그 시절에는 지존무명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긴가민가 하면서 보다가 중간에 페인트칠을 하는 장면에서 아! 극장에서 본 작품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37년전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아서 거의 처음 보는 기분으로 보았어요.
도시살성 : 지존무명 스토리
문숙(증강)은 전직 킬러 출신의 킬러 매니저예요. 친아들 KK(담요문)와 양아들 금응(장학우), 둘 다 그의 수하에서 일하는 유능한 킬러죠.
어느 임무 중 두 사람은 Joy(왕조현)를 알게 되고, 금응과 Joy는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져요. 그런데 금응에게 떨어진 새 임무가 하필 Joy 아버지의 원수인 대록(갈승은)을 위해 Joy의 아버지를 죽이라는 것이었어요.
결국 이 임무는 KK가 대신 맡지만,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요. 의뢰인 대록이 KK의 비도에 맞아 사망하게 된 거예요. 킬러 조직은 KK 일행이 의뢰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직 규율에 따라 KK·금응·Joy를 모두 처형하라고 명령해요.
조직 수장 곽노대는 문숙에게 직접 이들을 처형할 것을 요구하죠. 한쪽은 친아들과 양아들, 다른 한쪽은 거역할 수 없는 조직의 폭력. 문숙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라고 대충 정리가 되지만 스토리가 어딘가 붕 떠있는 느낌이었어요.
당시 홍콩 느와르가 대세였고, 홍콩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가 인기였지만 이런 노골적인 양산형 느와르 액션을 보면 민망해져요.
도시살성 : 지존무명 감상
1990년도는 홍콩영화 전성기 한 가운데에요. 보통 최전성기를 88년에서 92년 사이로 보거든요. 그 시절에는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만 필요했다고 해요.
종이에 감독 누구, 주연 누구, 스토리 대충 몇 줄로 적으면 바로 통과가 되었다고 해요. 그 정도로 홍콩 영화가 인기였고, 대만을 비롯한 전세계에 배급라인이 확실하게 이어져 있어서 수익이 보장되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영화도 있어요. 도시살성도 그런 묘하게 어긋난 느낌의 영화네요.
주인공 장학우와 담요문은 킬러라는 설정에 비해 너무 캐쥬얼하고 밝고, 왕조현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그시절 트렌디 드라마 같고, 그러는 와중에 노혜광과 여킬러가 공격해오고, 그런데 어딘가 너무 착실하고...
그 시절 홍콩 영화는 쪽대본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속도전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도시살성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홍콩 영화라는 것이 설정의 없음과 스토리의 없음과 캐릭터의 없음이 모여서 액션이라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섞여 이국적인 재미를 주는 장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도시살성:지존무명은 이게 무슨 맛인지 모를 그런 밍숭맹순한 맛이 나네요.
배우들이 연기도 열심히 하고 액션도 열심히 하고 스토리도 진지하게 진행이 되는데, 뭐라고 감상을 남겨야 할지 참 애매해집니다.
못 만들었다고 욕하기도 애매하고 액션은 그럴듯하지만 칭찬하기도 그렇고... 그 시절의 정서가 담겼다고 하기엔 내용이 현실에서 붕 떠 있고....
도시살성 : 지존무명 제작 비하인드
1990년 2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그해 10월 25일에 개봉했어요. 개망했어요. 248만 홍콩 달러의 홍콩 박스 오피스 성적이라고 해요.
이 영화는 담요문의 데뷔작이에요. 가수 콘테스트에서 수상하고 데뷔했지만 장국영을 따라한 듯한 이미지 때문에 기대만큼 뜨지 못하고 배우로 전향해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봐야겠어요.
몇몇 영화로 인지도를 쌓고 이후에 TVB와 계약해서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최근에 레이징 파이어에서 견자단의 친구 경찰로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노혜광과 액션씬을 찍다가 정말로 주먹에 맞아서 이빨이 나갔다고 하네요. TV 방송에 나와서 본인의 연기 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데뷔 영화에서 이빨이 나간 경험이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나 봐요.
연출을 맡은 여응취 감독은 70년대 부터 제작자와 무술 감독으로 활동해왔는데, 장국영 주연의 H2O라던가 장학우, 장만옥 주연의 천사양연을 연출해서 히트시키기도 했어요.
각본을 맡은 장징은 이 작품이 데뷔 작품인데, 이후 몇몇 각본 말아드시고 제작자로 옮기더니 야수형경이라던가 무간도라던가 엽문이라던가 최근에는 구룡성채라던가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네요. 각본가가 아니라 제작자로서 재능이 있었나봐요.
도시살성 : 지존무명 배우들
당시 왕조현은 천녀유혼의 대히트로 홍콩에서 인기 여배우로 안착을 했고, 다작을 하던 시기에요.
이 시기 배우들이 그러하듯이 왕조현도 흑사회의 압력으로 출연을 한 작품이 있었는데, 도시살성이 내용도 그렇고 완성도도 그렇고 해 흑사회 작품인가 싶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아닌 것 같네요.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홍콩폴리스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왕조현, 막소총 주연의 유아독존이 흑사회 투자를 받은 영화사의 작품이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도시살성에서는 우연히 장학우와 알게 되고 사랑에 빠졌다가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연기를 캐쥬얼하게 보여줘요. 마지막 전개가 급작스러워서 캐릭터의 설득력은 없지만 배우들은 성실하게 연기한 거 같아요.
요즘 왕조현이 나오는 현대물을 보면서 느끼는 게 어딘가 아이브의 안유진과 닮았어요. 아이브 팬들이 화낼지 모르겠지만 분위기와 인상이 비슷해요. 언젠가 유진이도 영화에서 연기하는 모습도 보고 싶네요.
장학우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킬러 연기를 한 거 같아요. 이후에 태자전설 같은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빌런 연기도 하게 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킬러지만 소박하게 사랑을 하는 묘한 캐릭터를 장학우스럽게 연기해요.
인상깊은 것은 담요문이에요. 그 시절에 봤을 때는 담요문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수십년이 지나고 보니 깡마르고 어린 담요문이 귀엽네요. 장국영을 너무 따라한다고 가수로서 인기를 못 얻었다는 말이 이해가 갈 것 같아요. 어딘가 장국영스러운 매력이 있어요.
라이벌 킬러로 나온 노혜광도 당시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 보면서 아, 노혜광이네. 하고 알아봤어요. 젊은 시절이라서 그런지 액션도 연기도 성실하네요.
취권2에서의 발차기가 너무 인상깊어서 다른 작품에서의 이미지가 거의 없는데, 80년대 스타일의 패션을 하고 액션을 하는게 레트로 맛이 있네요.
그 외
이 당시에 장학우와 왕조현 조합의 영화가 꽤 있었어요. 특이한 것은 천년여요, 천녀유혼2, 추일이 같은 해에 나왔다는 거에요. 봄에는 여우 귀신과 퇴마사, 여름에는 인간과 퇴마사, 추일에서는 귀신과 퇴마사. 그리고 다음해에는 천녀유혼3도 같이 나왔었구요.
천녀유혼으로 귀신 역할이 고정값이 되어버린 왕조현과 그 상대역으로 자주 나온 장학우의 인상이 있어요. 그 중에서 추일은 완성도가 제법 높은 작품이었는데, 아류작이라는 것 때문에 주목받지 못해서 아쉽네요. 기회가 되면 리뷰 남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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