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먹먹한 소식을 하나 봤어요. 홍콩영화 황금기를 실제로 굴려온 프로듀서, 시남생(施南生·넌쑨시)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어요.
지난 7월 13일 밤 홍콩 양화병원(养和医院)에서 세균 감염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별세했다고 해요. 향년 75세. 2022년부터 면역계 질환으로 오래 투병해왔다더라구요.
이름이 조금 낯선 분도 계실 텐데, 우리가 사랑하는 그 영화들 뒤에는 늘 이 사람이 있었어요. 《영웅본색》 《천녀유혼》 《황비홍》. 서극(徐克) 감독과 나란히 만들어낸 작품들이죠.
1981년 신예성(新艺城) 영업에 합류해 이른바 '칠인 창작소조'의 유일한 여성 멤버로 회사 운영과 해외 배급을 도맡았다고 해요.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던 그 길목을 이 사람이 열었다고 봐도 될 정도예요.
서극과는 오랜 파트너이자 부부였고, 2014년 이혼 사실을 본인이 직접 확인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작업 파트너라고 말했었죠. 지난해 제43회 홍콩 금상장이 두 사람에게 나란히 평생공로상을 안겼고, 임청하(林青霞)가 시상하고 서극이 무대에서 트로피는 마땅히 그녀의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부고 이후 임청하는 그녀를 운명의 귀인이라 부르며 애도했고, 왕조현(王祖賢)도 기회를 준 은사였다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홍콩영화를 이야기할 때 카메라 앞의 배우들만 기억하기 쉬운데, 그 화면이 나오기까지 판을 짠 사람들 중에서도 시남생은 정말 큰 축이었다고 생각해요. 여성 프로듀서가 드물던 시절에 홍콩영화의 절반을 뒤에서 떠받쳤던 분이라, 이 소식이 유난히 오래 남네요. 부디 평안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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