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웅심 : 아마겟돈 1997 - 유덕화도 못 살린 진가상의 졸작

천지웅심 아마겟돈은 유덕화의 필모그래피에서 최악의 영화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일 것이다. 당시 비디오로 봤을 때도 정말 실망했는데, 30여 년이 지나 OTT에서 다시 본 느낌도 여전히 최악이다.

천지웅심 : 아마겟돈 감상

영화는 기본적으로 90년대 말 세기말적 감성을 담은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를 표방한다. 영화가 나온 1997년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해였고, 홍콩 사람에게는 세상이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였을 것이다.

그런 시기를 배경으로, 사고로 잃은 약혼자가 신비한 외계의 힘으로 돌아오게 되는 X파일스러운 고급 스릴러가 애초의 기획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의 자그마한 액션과 지금 보면 경악할 수준의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을 제외하면, 영화는 내내 사무실에서 주절주절 알 수 없는 토크만 이어간다. 설정과 소개와 진행을 모두 사무실에 앉아서 하고 있다.

상영 시간 중 한 시간 가까이를 어딘지도 모를 사무실(어쩌면 영화사 사무실이었을까?)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여기와 이야기했다가 저기와 이야기했다가 한다. 그리고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체코 해외 로케를 가서 눈이 쌓인 성당을 살짝 보여주고 돌아온다.

스토리는 하드 SF처럼 시작했다가 로맨스인 듯하다가, 사무실 배경으로 자잘한 설정을 읊다가, 후반이 되면 갑자기 심령물이 되더니, 마지막에는 알다가도 모를 멸망론을 외치다가 마무리된다.

천지웅심 : 아마겟돈 제작 비하인드

당시 홍콩 영화계는 최악의 시기였고, 영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 스타 파워를 지닌 유덕화가 주연을 맡았지만 그렇기에 스토리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해외 로케와 CG를 활용해 볼거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부족한 제작비를 보충할 길이 없었다.

각본은 진가상과 곡덕소가 썼다. 그래서인지 곡덕소가 영화 중간중간 특별한 역할도 아닌데 회사 동료로 나와서 한마디씩 한다. 영화가 이렇게 산으로 간 것은 둘이 같이 써서인가?

영화 중간에는 VOD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심각해야 할 세기말 심리 스릴러에서 뜬금없이 뭔 소리야 싶었는데, VOD 업체가 투자사 중 하나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렌탈 숍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골라서 볼 수 있다고 진지하게 설명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답했다. 응, 지금 골라서 보고 있어.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어.

천지웅심 : 아마겟돈 감독 진가상

감독은 진가상이다. 진가상 하면 이연걸의 최고작 중 하나인 정무영웅(이연걸의 정무문, 1995)의 감독이고, SDU를 사실적으로 그려 90년대 말 홍콩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비호웅심 1996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음으로 만든 영화가 천지웅심이었는데, 이런 졸작이 나올 줄이야.

사실 진가상 감독은 이미 이전에도 유덕화와 작품을 하나 말아먹은 적이 있다. 유덕화의 제작사인 팀워크 영화사에서 만든 용신태자가 그 작품이다. 어쩌면 유덕화와는 궁합이 안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천지웅심 : 아마겟돈 배우들

궁합이 맞는 것은 황추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제 몫을 한 것은 황추생밖에 없었다. 유덕화가 약혼녀를 잃은 캐릭터에 몰입해 영화 내내 죽상을 하고 있는 동안, 황추생은 뛰어난 경찰이 되었다가 유덕화의 절친이 되었다가, 늘어진 스토리에 활기를 넣는 개그도 하면서 그나마 영화의 볼거리가 되어준다.

약혼녀로 등장해서 미모를 뽐냈어야 할 이가흔보다 황추생이 유덕화와 연기 궁합이 좋았고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그래서인지 황추생은 진가상의 다음 작품인 야수형경 1997에 출연해 절정의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상도 탔다.

유덕화 영화가 그러하듯이 영화 중간에는 유덕화의 신곡과 함께, 그녀를 그리워하는 유덕화의 모습과 생기 넘치는 이가흔의 모습이 뮤직비디오처럼 편집되어 나온다. 이가흔이 캐스팅된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싶다.

천지웅심 : 아마겟돈 흥행 성적

홍콩 흥행 2373만 홍콩달러, 그해 중화권 영화 5위의 성적이었다.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다들 유덕화를 보러 간 거라고 한다. 그 시절 유덕화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천지웅심 : 아마겟돈 영화 정보

항목내용
원제天地雄心 (Armageddon)
개봉1997년 3월 22일 (홍콩)
상영 시간112분
감독진가상(陳嘉上)
각본진가상, 곡덕소(谷德昭)
제작진가상
제작사영성오락제작(永盛娛樂製作)
배급중국성(China Star)
출연유덕화(켄 박사), 이가흔(아델), 황추생, 곡덕소(TC)
장르SF · 미스터리 · 스릴러
촬영지홍콩, 프라하(체코)
홍콩 흥행HK$23,733,200 (자료에 따라 HK$27,698,750)

자료: 중문·영문 위키백과,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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