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갱 1988

마담 갱은 어릴 적에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이었을 거다. 한창 홍콩 영화에 빠지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에 개봉관, 재개봉관 가리지 않고 찾아 보았던 추억이 가득한데, 그 영화 중에 하나이다. 


원래 제목은 '鬼马保镖贼美人'으로 구글 번역을 해보니 엉뚱한 보디가드와 미인 도둑이라고 나온다. 영문제는 the good, the bad and the beauty로 좋은 놈, 나쁜 놈, 미인 이라는 제목이다. 석양의 무법자(1969)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제목에서 따왔나보다. 

왜 영화 제목이 마담 갱이었냐면 당시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용호풍운이 미스터 갱이라는 요상한 제목으로 개봉을 한 후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추측을 한다. 

임영동 감독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용호풍운의 멋진 제목이 왜 미스터 갱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귀마보표적미인이라는 조금은 어려운 한자 제목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제목으로 변형을 하는 과정에서 마담 갱이 된 것은 분명하다. 



어릴 적에는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진훈기라는 재능 있는 감독 겸 배우의 이미지가 인상에 남아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마담 갱을 보니 80년대 홍콩 코믹 액션이 가진 장점과 단점이 얽혀있는 영화였다. 

마담 갱의 스토리는 살펴보면 공항에서 일하는 승무원인 고수빈 (종초홍)과 그녀의 언니가 보석 밀수업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평범한 승무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이아몬드를 밀수하던 종초홍은 마지막으로 한탕 하려는 속셈으로 다이아몬드를 빼돌리지만 곧 들키게 되고 조직이 추적을 받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언니는 살해당하고 살아남은 종초홍은 진훈기와 정측사 두 형사에게 증인으로 잡히지만 기억을 잃은 연기를 하면서 위기를 타파해나가려한다. 한편 보석을 되찾으려는 조직이 그녀를 공격해오고 점점 상황을 복잡해져만 가는데...

35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역시나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전개가 너무 급박하고 캐릭터들도 극단적이고 액션 전개가 하드하다. 너무 쉽게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이는데 캐릭터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당시 홍콩 영화의 정서라고 할까 분위기가 그러했기에, 그리고 그런 홍콩 영화를 즐겼기에 이해는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너무 황당하긴 하다.


그럼에도 액션 장면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스턴트 장면은 충분히 훌륭했다. 그때 홍콩 스턴트 배우들은 진심으로 세계 최강이었던 것 같다. 아날로그 액션에 온 몸을 던진 스턴트 장면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말로 불을 지르고 터트리고 폭파한다. 불길 속에서 스턴트를 펼친 그 시절의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진훈기 감독은 성룡처럼 주연도 하고 감독도 하면서 자신만의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꽤 여러 편을 챙겨보았는데, 액션도 훌륭하고 영화적 재미도 훌륭한 작품이 많다. 이 작품에서도 주연과 감독을 모두 맡아서 하드한 액션과 코믹한 장면을 잘 연출할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는 종초홍의 영화다. 영화에서 종초홍의 캐릭터는 착한 배역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이아몬드로 한 몫 잡으려는 캐릭터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서 남자도 홀리고 배신도 하고 속이고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한 몫을 챙기려고 한다. 그런 캐릭터를 종초홍은 멋지게 연기한다. 

영화 속 종초홍이 너무 이쁘고 너무 섹시하다. 어릴 적에도 미모에 감탄을 하고 좋아했던 누님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정말 홍콩의 마릴린 몬로 같은 여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신의 그러한 외모와 매력을 영화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지를 잘 알고 있는 배우였던 것 같다. 아직 모든 필모그래피의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그런 캐릭터를 활용해서 도발적인 주제를 가진 작품에 꽤 많이 출연한 것 같다. 시대를 앞서간 느낌이 있다. 


정측사는 사랑에 빠진 형사 역으로 등장했는데, 캐릭터 설정이 너무 뜬금없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종초홍만 찾아대는 연기를 실감하게 표현해서 중반부터는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정측사는 유덕화와 종초홍이 주연을 맡은 엽응계획에서도 동료 형사로 출연해서 인상에 깊이 남은 배우 겸 감독이다.

그 외에 진우의 카메오 출연이라던가 신인 시절에 조연으로 출연한 장위건의 모습이 신선했다. 

마담 갱은 80년대 홍콩 액션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진훈기라는 멋진 액션 배우 겸 감독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의외의 발견이 될지도 모르겠다. 80년대 홍콩 액션 장르에 성룡만 있었다는 건 아니었다. 

또한 종초홍이라는 여배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가을날의 동화와 타이거맨이라는 멋진 작품 이외에도 그녀의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 너무 많다. 

아쉬운 점은 역시 지금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잘한 상황들과 구성이다. 흑인 악당이라던가. 다짜고짜 여자를 발로 차거나 한다던가. 여러 가지 인종과 여성 비하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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