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혈남아 1995

견자단과 장요양이 주연을 맡은 첩혈남아는 원제가 亞洲警察之高壓線(Asian Cop - High Voltage)으로 아주경찰지고압선이다. 아시아 경찰의 고압선이라고 풀이된다. 


스토리를 간략히 보면 주인공 '장(견자단)'은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진 형사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서 필리핀으로 가게 된 견자단은 중요한 증인을 홍콩으로 데려오려 하지만 그 과정에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아내를 살해한 범인과 관련된 자를 발견하고 그가 필리핀에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필리핀 형사 에두와의 공동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첩혈남아의 감독은 금양화이다. 금양화 감독은 서극의 조감독으로 도마단(1986)과 영웅본색3(1989) 등의 작품에 참여하다가 데뷔를 한 감독이다. 

초기에는 서극의 고용 감독 느낌으로 바쁜 서극을 대신해서 그가 구상한 내용을 연출하는 정도의 감독으로 인식이 되었다. 

대행동(1988)이나 소호강호(1990) 같은 작품은 금양화 감독도 연출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고, 금양화 감독이 많은 부분을 촬영했지만 실질적인 감독은 최종 편집권을 가진 서극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금양화 감독의 진짜 데뷔 작품은 적색대폭풍(1990)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꽤 강렬한 액션 영화였다. 아마도 금양화 감독은 하드보일드한 액션 연출에 관심이 큰 감독인 것 같다. 


첩혈남아 역시 강렬한 액션이 가득한 하드보일드한 작품으로 완성이 되었다. 카메라 움직임도 그렇고 편집도 그렇고, 다양한 샷과 움직임으로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화면 연출이 느껴진다. 

다만 후반부 견자단과 장요양의 대결 장면은 스피드와 편집이 너무 과장이 되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두 사람의 강렬한 감정을 액션으로 표출하려는 의도는 느껴졌지만 그 표현방식이 액션의 스피드를 올리거나 반복 편집을 한다거나 라는 식이어서 오히려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제작 환경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액션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주연을 맡은 견자단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하드보일드한 연기를 멋지게 보여준다. 거의 대부분의 견자단의 영화를 보았는데, 첩혈남아는 숨겨진 견자단의 수작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비디오 커버 케이스를 본 기억도 나지만 작품의 인상은 거의 없었는데, 30여년이 흐르고 다시 본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한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동 주연으로 활약한 에두 만자노라는 필리핀 배우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아마도 필리핀을 배경으로 합작 형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다.


악역을 맡은 장요양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좋았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강렬한 악역을 선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고혹자 시리즈에서의 악역이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서는 단순히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이 아니라 사실은 견자단에게 복수를 하는 설정이 더해져서 좋았다. 알고 보니 견자단과 장요양 모두 서로에게 원한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첩혈남아는 전체적으로 화면에 가득 담긴 하드보일드한 액션 연출이 좋았다. 견자단의 강렬한 표정 연기가 더해져서 액션이 더 파워풀하게 느껴진 것 같다. 저 당시의 견자단은 정말 열혈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스토리의 구성은 조금 헐겁기는 했지만 설정은 마음에 들었다. 견자단이 보석을 허용해주지 않아서 어머니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장요양이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견자단의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견자단이 장요양을 잡으려 한다는 관계가 영화 중후반이 되면서 드러나고 두 사람의 관계가 극명해지는 것은 좋았다. 

마지막에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대결 장면도 인상깊었다.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각자 주먹에 맞아 나가 떨어지는 장면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보다 무려 4년도 전에 나왔기에 이명세 감독이 이 영화를 봤는지가 궁금해진다. 

물론 이명세 감독의 미려한 액션 연출에 비하면 금양화 감독의 연출을 너무 반복적인 편집으로 인해서 아쉬움이 크다. 

발차기의 스피드를 빠르게 보여주기 위해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서 찍은 듯한 장면은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발차기가 빠르게 보이기 보다는 화면을 빨리 돌린다는 느낌을 주어서 효과가 반감 되었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견자단의 액션 영화 팬이라면 필견 일 것 같다. 주인공과 빌런의 강렬한 대결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국내에는 첩혈쌍웅2라는 제목으로 소개가 되었던 왕각적천궁(1995)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첩혈남아 - 아주경찰지고압선은 90년대 중반 홍콩의 강렬한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이다. 두 형사의 범인 추격전으로 봐도 좋고, 두 남자의 복수극으로 봐도 좋다. 견자단의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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