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아문 1983

마등아문은 왓챠에서 이수현의 출연작을 검색하다가 연출을 한 작품이 있길래 찾아보았다. 이수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첩혈쌍웅에서의 형사 역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출연작품이 경찰이 주인공인 장르의 영화이다. 그런 이수현의 초기 연출작 중의 하나가 마등아문이다.


"마등아문"은 두 명의 경찰, 挣爆 (정측사)와 大口环 (왕청)의 콤비를 주연을 해놓고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범인을 추적하는 둘의 모습이 나오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집을 태우는 등 큰 사고를 쳐버린 둘이 강력반에서 단속반으로 이동을 하게 되면서 스토리가 이어진다. 단속반의 형사의 캐릭터가 소개가 되고 이들과 함께 80년대 홍콩 경찰서에서 있음직한 사건을 상상하며 만들어낸 소동이 이어진다.

80년대 홍콩 경찰 영화의 특징이 이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보았던 오요한과 잠건훈의 신용쌍향포 시리즈도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신용쌍향포는 좀더 노골적인 코미디였다면 마등아문은 형사들의 모습을 더 리얼하게 묘사를 하기는 한다. 다만 그 형사의 묘사라는 것이 80년대 초라는 시대적 배경을 하고 있는 형사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이게 경찰인지 깡패인지 모를 정도의 마초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먼저 반장으로 등장하는 이수현의 핑클파마가 인상적이다. 저 시대에는 저게 최신 유행의 헤어스타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마초스럽게 등장해서 상관인 여성 국장에서 설교를 늘어놓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80년대라고 해도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가 상관이라고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풍쉬범이 연기한 캐릭터는 은퇴를 얼마 안 남긴 캐릭터인데, 농장을 세울 생각에 경찰 업무보다는 농장의 동물들 이야기만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단속반의 형사 중 하나를 연기한 요위웅이 연기한 캐릭터는 덩치는 작은데 다혈질이라서 매일같이 싸움만 해댄다. 

80년대의 세상이 마초에 대한 갈망이 대단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오는 캐릭터 대부분이 저러한 느낌이다. 

스토리는 그 시절의 마초 캐릭터들의 막가는 스토리지만 각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와 사라질 때를 알고 각자의 역할에서 한치의 어긋남없이 열연을 하기 때문에 신용쌍향포 시리즈보다는 재미있게 보았다. 어이없는 말장난으로 가득했던 신용쌍향포 보다는 캐릭터에서 오는 강렬함이 더 큰 탓일려나.

여주인공이라고 해야할까 마초들 사이에서 그나마 오아시스 같은 미모의 연기를 보여준 하문석은 다혈질 형사 요위웅의 여동생으로 등장해서 작은 소동을 일으키는데, 주윤발과 등광영이 함께 했던 영웅투혼의 모습만 기억하던 나에게 19세의 어린 하문석이 모습은 신선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반부의 액션이 재미있었다. 중반부의 경찰 수사 장면도 흥미로웠다. 캐릭터들이 다채로워서 화면이 풍부한 느낌이 든다. 성규안이라던가 황백문이라던가 이른바 이수현 사단이라고 불리던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80년대 마초스러움은 보는 내내 눈을 찡그리게 만든다. 그리고 예산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후반의 전개가 너무 급박하고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검색을 해보니 이수현의 3번째 감독 작품이다. 무려 40여년전 작품이다. 세월에 풍화된 작품을 이제와서 보고 평을 해봤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저 가볍에 보고 넘기면 될 것 같다.

속편인 타착차라는 작품도 ott에 아카이빈이 되어 있다. 마등아문이 흥행을 했기 때문에 속편이 만들어진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오래전 작품임에도 이 작품을 추억하는  형님 세대 분들의 글이 조금 보인다.

이수현의 일련의 경찰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80년대 홍콩 영화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볼만할 것이다. 80년대의 정서를 기억하는 50대 이상 분들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그 외에 제작을 진훈기가 맡았다. 진훈기는 음악도 했다가 주연도 했다가 제작도 했다가 정말 여기저기서 크레딧에 들어온다. 참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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