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광곤주천애 1976

 일지광곤주천애는 칼 맥가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맥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영화 최가박당의 대머리 형사 이미지에요. 어렸을 적 주말의 명화에서 2주 연속으로 본 최가박당 시리즈는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그런 맥가 감독은 홍콩 영화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입니다. 홍콩 영화의 현대적 이미지를 창조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최가박당은 그런 상징적인 영화에요. 하지만 최가박당이 하늘에서 뜬금없이 뚝 떨어졌을리는 없고, 그 전에 여러 탐색의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탐색의 시작이 바로 일지광곤주천애가 아닐까 싶어요. 원제는 一枝光棍走天涯이고, 번역을 하자면 봉 하나를 든 사내가 천하를 유랑한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영화 속에서 유가영이 연기하는 주인공 광곤이 봉을 들고 다니거든요. 이 봉은 장치가 있어서 삼절곤이 되기도 하고 분리가 되기도 하는 그런 거에요. 



광곤은 이름이 아니라 노총각 혹은 나이든 사내 정도의 의미라고 하니까 이름이 없는 그냥 사내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왜 이런 식으로 이름이 나왔냐고 하면 이 영화가 사실은 세르지오 레오니의 석양의 무법자의 홍콩식 번안 영화이기 때문일 거에요. the good the bad the ugly의 설정을 가져다가 the good the bad the loser 라고 만든 거에요.

이런 오마쥬 영화는 익숙하죠.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역시 석양의 무법자의 한국판이니까요. 1976년에 맥가 감독은 감독 데뷔를 하면서 일본의 찬바라 영화에 영향을 받아 무협을 만들어내던 다른 홍콩 감독과 달리 서양의 작품을 가져와 자신의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70년대 후반에는 독특한 코미디 감독이 많이 나왔는데, 영어에 능숙해서 서양의 코미디 쇼의 감각을 가져다 심야 쇼를 만들어 기존과 다른 감각을 선보인 허관문이 있었고, 뉴욕에서 영화 제작 공부를 하고 홍콩으로 돌아와 서양의 영화 감각을 접목시키려던 맥가 감독이 있었네요. 거기에 당시 코미디 감독으로 이름이 높았던 오우삼 감독도 있었고.

일지광곤주천애는 좋은 놈을 연기하는 유가영이 봉 하나를 가지고 천하를 돌면서 사람들을 돕다가 이상한 놈을 연기하는 교굉이 맡은 절에서 도망친 땡중을 만나서 벌이는 소동을 담았어요. 절의 황금 불상을 추적하는 나쁜 놈 황가달과 쫓고쫓기는 추적을 벌이는 이야기에요.

구성은 석양의 무법자 그대로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잡탕식이에요. 맥가 본인이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하고 오요한도 카메오로 등장해 여러 코미디를 펼치는데,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캐릭터를 패러디하거나 장면을 베끼거나 하는 실험도 보여요.



협녀 같은 호금전 영화에서는 중후한 연기를 보여준 교굉이 나이 50이 다되어서 땡중 연기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연기는 좋았지만 액션은 아쉬웠어요. 

반면에 나쁜 놈을 연기하는 황가달은 비주얼도 좋았고 연기도 좋았고 굉장히 좋았어요. 워낙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라서 그런지 착한 주인공을 맡을 때보다 이런 악역을 맡으니 존재감이 더 강렬하네요. 다만 액션의 분량이 많지가 않아서 계속 폼만 잡으면서 추적하는 느낌이 있었네요. 



좋은 놈을 연기한 유가영의 액션도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한데, 워낙 액션으로 가득한 홍콩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까 코미디에 중점을 주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액션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네요.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액션과 코미디의 밸런스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에요. 하지만 이 영화는 거의 최초의 무협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같은 해에 나온 유가량 감독의 신타 역시 유쾌한 장면을 많이 담은 무협 코미디로 알려져 있는데, 무협 액션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코미디를 덧칠한 종가집 유가량 감독에 반해 애초에 코미디를 노리고 만든 이 작품이 최초의 무협 코미디가 아닐까 싶어요. 

맥가의 여러 코미디 영화는 홍콩 영화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특히 이후에 등장하게 되는 성룡의 코믹 쿵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죠. 맥가와 교류하면서 성룡의 코미디도 발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워낙 오래된 영화라서 그런가 아니면 데뷔작이라서 그런가 코미디 장면은 거의 웃기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상한 놈을 연기한 교굉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멍하니 보다가 황가달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에 감탄하다가 그렇게 마무리했네요.

웨이브에서 보았지만 워낙 오래된 영화라 유튜브의 홍콩 영화 채널에 라이센스된 영상이 올라와 있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스킵하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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