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심 1988
정의심이라는 영화는 잘 모르는 영화에요.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형님 세대 분의 글을 보고 아, 이런 영화도 있구나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마침 ott에 작품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영화의 주연은 이자웅인데, 영웅본색의 악역으로 영화 데뷔를 하고 그 뒤에 찍은 두번째 작품이에요. 두번째 영화 출연작이자 첫 주연작인 작품이죠. 이때 이자웅은 영웅본색의 엄청난 흥행 덕분에 지명도가 높아져서 주연급으로 시험을 받던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이 시기에 만든 또다른 주연작 대행동:성시특경 이나 천라지망 같은 작품은 꽤 강렬한 액션으로 가득한 작품들이었던 기억이 있어요.
정의심의 스토리는 조금 복잡한 설정이 있어요. 조직원인 이자웅은 왕민덕과 친구이고, 진흔건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어요. 그런데 왕민덕의 여자친구인 오가려를 사모하고 있어요. 술에 취한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다가 진흔건에게 발각이 되기도 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이자웅이 또 악역으로 빌드업되는 거 아닌가 싶은 전개였는데, 막상 이들이 한탕을 하려다가 일이 틀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져요. 장권이 연기하는 사촌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도망치게된 이들은 밀항선을 타고 이동하다가 그만 장권이 이자웅을 제외한 모두에게 총질을 하게 된 거죠.
도망치기 직전에 왕민덕이 경찰에게 체포된 상황에서 오가려는 총에 맞아 죽고, 진흔건은 바다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사촌인 장권만 남은 상황에서 이자웅은 챙긴 돈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몇년 후 출소한 왕민덕이 찾아오게 되는데...
사실 이런 식의 전개라면 왕민덕이 주인공이고, 이자웅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어딘가 첩혈가두와 비슷한 느낌도 들고, 그런 식으로 전개가 되어야 하는데 막상 정의심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돌아온 왕민덕을 반갑게 맞이한 이자웅은 그를 돌봐주고, 장권은 못마땅하지만 왕민덕을 놔두고, 왕민덕은 진아륜이라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그러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러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줄 알았던 진건흔이 반신불구가 되어서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꼬이고 꼬인 이야기가 80년대 감성으로 중후반까지 이어지다보니까 이게 뭐하자는 스토리인가 싶어집니다. 몇 개의 감정이 충돌하는지 몰라요. 복수와 복수와 복수가 맞물리는데, 막상 주인공인 이자웅은 아무것도 안하고 모든 걸 흘러가는대로 둡니다.
연출을 맡은 왕룡위 감독이나 무술은 담당한 장권이나 모두 한때 무협에서 날리던 사람들인데, 그래서 액션 신에서는 제법 강렬한 느낌이 드는 연출도 많은데 그 외의 장면에서는 하염없이 이야기가 늘어지고 꼬이고 그렇네요.
아마도 80년대 당시의 주저리주저리 사연을 읊고 감정에 호소하고 그런 시절의 영화 스타일이 담겨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이자웅이 맡은 캐릭터는 너무 우유부단해서 주인공이지만 본인의 의지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없어요. 모든 게 다른 이의 손에서 진행이 되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나마 액션을 펼치다가 죽어버리면서 끝나요.
영웅본색의 대히트 이후에 느와르 액션 장르의 영화가 물밀듯이 쏟아지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의심은 구구절절 늘어지고 늘어진 느낌이라 아쉽네요. 그래도 그 시절 감성을 기억하는 형님 세대에게는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하네요.
저는 초반 오가려의 섹시한 연기, 중반 진아륜의 섹시한 연기, 후반 액션 장면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다 좋은 느낌이네요 ㅎ
한편 제작은 홍금보와 반적생의 덕보 영화사에서 만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익숙한 배우들이 자주 보였어요. 홍금보는 그 당시에 생각보다 영화를 엄청 많이 제작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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