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교봉전 2023
2023년에 개봉한 홍콩 무협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은 홍콩의 무협작가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주인공 교봉은 소설에서 소봉으로 등장하며 한번도 진적이 없는 매우 강한 영웅상의 인물입니다. 영화에서는 소봉 이전의 교봉으로 지내던 시절에 대해 포커스를 맞췄다고 해요.
영화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아요. 화려한 액션과 깔끔한 촬영과 편집이 돋보이며 CG도 괜찮아요.
환갑이 된 견자단 형님이지만 에이징 기법을 활용했는지 화면에서는 나이든 모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연륜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풍기면 교봉이라는 영웅상을 멋지게 표현했어요. 다만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극 후반이 너무 급작스러운 느낌이네요.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개방의 방주인 교봉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함정에 빠져 억울하게도 부방주와 양부, 사부를 죽인 거란족의 아들이 되어 무림의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소림사에서 비급을 훔치려던 모용가의 시녀 아주를 만나고 그녀가 소림승의 대력금강장을 맞게 되는 것을 구해줘요. 교봉의 진기로 죽는 것을 맞았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죠. 본인의 잘못이 없지만 자기와 얽매인 탓이라고 여긴 교봉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설신의를 찾아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주만이 자신의 무고함을 믿어주자 교봉은 그녀에게 마음을 줍니다. 설신의가 있는 곳에는 교봉을 잡기 위해 모인 무림인들이 가득했고, 아주를 살리기 위해 교봉은 그들과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견자단은 홍콩 영화계에서 무협 영화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자 배우입니다. 최근 세대에게는 엽문 시리즈로 유명한 그이지만 90년대초부터 그는 액션 배우로 명성이 높았어요.
90년대 중후반부터는 연출도 하면서 감독으로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흥행작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몇몇 스타일리쉬한 작품도 있었지만 연출을 시작할 당시의 홍콩영화계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었고,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가 저예산이었어요. 그의 비전을 실현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때와 달리 천룡팔부 교봉전은 많은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에요. 그의 명성과 연출력이 절정에 달한 때에 만들어져서 인지 영화의 완성도는 굉장히 좋아요.
이 작품을 위해 견자단 사단이 총출동했다고 해요. 바람의 검심의 무술 감독을 했던 타니가키 켄지도 참여했다고 하네요. 타니가키 켄지도 견자단 사단이었다는 건 영화를 보다가 알게 되었요. 알고 보니 최근의 견자단의 작품 대부분의 액션이 그의 손길을 타고 있네요.
한편 아주 역의 진아기 배우는 초반에는 여주인공치고는 눈에 띄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중후반부터는 매력이 빛나는 느낌이에요. 검색을 해보니 의천도룡기 드라마 등 최근에 굉장히 유망한 배우라고 하네요. 중드는 너무 길어서 찾아보지는 않지만 괜찮은 영화가 있다면 찾아보고 싶어요.
유아설 배우는 아주의 동생 역이고, 스토리 상으로 후에 교봉과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캐릭터이지만 영화상에서는 후반에 잠깐 등장해서 생각만큼 존재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마부인 역으로 등장한 왕군형이 복수에 찬 미망인 역과 팜프 파탈스러운 연기를 오가면서 눈에 띄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매력적인 악역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초반과 중반에 걸쳐서 교봉의 상황과 아주의 만남 등을 화려한 액션을 섞어가면서 정성스럽게 진행한 것은 좋았지만 계략에 빠져 단정순을 만나러 간 상황부터는 전개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아쉬웠어요. 2시간의 영화 배분에서 후반부 40분의 전개가 너무 빨라요.
복수를 하러 돌아오자 영화를 마무리하기 쉽게 빌런들이 다 모여 있고, 자기 죄를 자기 입을 상세하게 밝히고 이유도 밝힙니다. 차라리 한 3시간 정도로 해서 후반부도 차근차근 밝혀나가면서 복수를 하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또한 원작을 모르는 이라면 엔딩의 장면만으로는 전체의 이야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요. 오프닝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다음장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모두 엔딩에 넣어서인지 이게 속편을 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초반의 교봉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것인지 애매했어요.
설신의로 등장하는 원상인이라던가 단정순으로 등장하는 장조휘나 그의 부인으로 등장하는 혜영홍 등 그 시절 홍콩 영화를 좋아하던 올드팬으로서 반가운 얼굴이 나와서 좋았어요. 여랑위의 깜짝 등장도 좋았어요. 정말로 속편을 생각했었나봐요.
천룡팔부 교봉전은 무협 팬들은 필견의 영화에요. 천룡팔부는 무협 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본편은 3명의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그 중에 교봉에게만 집중합니다. 다른 주인공인 단예가 후반에 조금 얼굴을 비추는 정도에요.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에요. 원작의 복잡한 이야기를 최대한 간결하게 하였고, 주인공인 교봉 중심으로 액션이 연이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어요.
큰 화면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을 그런 액션 영화라고 생각되는데, 중국에서는 OTT로만 공개가 되었다고 해요. 중국에서도 이런 류의 무협 영화가 상업성이 없어서 극장 개봉보다는 OTT 공개만 한다는 것이 시대가 달라짐을 느끼네요.
반면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이 되었고, 홍보를 위해 견자단과 왕정 감독이 내한하기도 했어요. 견자단은 런닝맨에 나와서 쿵후 실력을 뽑내기도 했고, 아침마당 같은 곳에 왕정이 나오기도 했다네요. 한류의 위력을 새삼 느끼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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