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보표는 허관문, 허관영, 허관걸 형제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일본에서는 미스터 부 라는 제목으로 히트가 된 이후로 이들의 신작이 나올때 마다 미스터 부 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 영화가 소개될 때도 미스터 부 시리즈의 형태로 들어왔다고 하네요.
마등보표는 제목을 번역하면 모던경비, 그러니까 현대의 경비라는 뜻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한데, 보표라는 것이 무협에 나오는 경비를 전문으로 하는 세력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런 경비들의 현대 버전이라는 식으로 제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중국어를 잘 모르니 이런 식으로 뇌피셜 해봅니다.
오요한과 잠건훈의 신용쌍향포 시리즈 중의 하나인 지용삼보를 감상하면서 허관문에 대해서 잠깐 쓰기도 했지만 이 미스터 부 시리즈라는 것이 70년대말 홍콩에서 흥행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최초의 현대 홍콩 코미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요.
허씨 3형제 중에 막내인 허관걸은 이후 최가박당이라는 홍콩 최고의 액션 코미디에 출연하기도 했고 둘째인 허관영은 강시선생을 통해서 특유의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이 3형제가 홍콩 코미디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난 것 같아요.
당연히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첫째 허관문은 tv를 통해서 스타가 된 후에 동생들을 데리고 만든 일련의 코미디 영화로 엄청난 흥행을 만들어냅니다.
미스터 부 시리즈를 다 보지 못하고 지용삼보와 이번에 마등보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어딘가 일본 코미디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당시 아시아에서의 일본 문화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는 합니다.
마등보표는 경비가 되고 싶어하는 허관영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키가 작아서 기준에 미달하는 허관영은 어떻게든 키를 높이기 위해 이러저러한 수를 쓰지만 들키고 마는데, 경비대장인 허관문에게 당신이 너무 멋져서 지원했다는 아부를 하고 합격을 합니다.
그렇게 경비대의 일원이 된 허관영과 경비대장 허관문, 경비대 에이스 허관걸이 경비대의 업무를 코믹하게 풀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경비라고 해서 특정한 곳에 소속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 파견을 가는 형태의 경비업체인가 봅니다. 빌딩을 지키기도 하고 공장에서 감시를 하기도 하고 은행에 가서 현금을 배송하기도 하는 듯 다양한 업무를 담당합니다.
그러다가 선상파티를 하는 부자의 경비 업무를 하던 중에 중국대륙에서 몰래 홍콩으로 밀입국한 소녀와 가족들을 돕게 됩니다. 허관영은 소녀에게 반하게 되는데, 소녀는 밀입국을 하면서 가족이 진 빚을 갚기 위해서 홍콩에서 몸을 파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현금을 강탈하려는 은행 강도 일당과 맞닿드리게 되는데...
영화는 슬랩스틱과 말장난과 상황이 반전되는 코미디 등 다양한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리듬이 빠른 편도 아니고 70년대 영화 스타일인지라 44년이 지난 지금에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느낌이에요. 정석대로 찍은 느낌이랄까요.
8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여타의 홍콩 코미디 영화가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편견에 찬 설정과 싸구려 농담으로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들었다면 마등보표는 좀더 순수한 코미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등보표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미스터 부 시리즈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와 재미라면 다른 작품도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한편 영화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촬영 당시 허관영은 34살인데 여주인공으로 나온 황조시는 17세였네요. 그 시절 메이크업을 해서 그런 건지 17세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네요. 한 24살은 되어 보였는데...
감찰을 하러 신분들을 속이고 경비대에 들어왔다가 허관문 대신에 대장이 되는 역할에 풍쉬범이 등장하는데, 오복성 시리즈 등에서 특유의 콧수염 모습으로 인상이 깊었기 때문에 수염이 없는 젊은 시절의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신기했어요. 더 젊은 시절에는 장철의 무협 영화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를 봐도 눈치챌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 시절의 오래된 홍콩 영화를 보다보면 항상 눈에 띄는 인물이 사팔이 눈을 한 '어두운魚頭雲' 이라는 배우네요. 성룡 영화에서 자주 본 기억이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홍콩 영화들을 보니 특유의 사팔이 눈을 하고 나오는 게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