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착 1983

음양착은 1983년에 만들어진 임영동 감독의 로맨스 판타지 영화이다. 왓차에 홍콩 영화를 검색해보다가 눈에 띄어 보게 되었다. 80년대 초반의 영화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있었다.

음양착은 이전에 보았던 주윤발과 종초홍이 주연을 맡았던 귀신랑(1988)과 느낌이 비슷하다. 역시나 주윤발이 주연으로 나온 영기박인(1984)도 떠오른다. 모두 80년대 초중반의 영화들인데, 저 시절의 유행 중에 현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있었을려나 싶다. 형님 세대들은 아실려나. 



여주인공으로 나온 예숙군이라는 배우가 인상적이다. 꽤 많은 홍콩 영화를 봤지만 처음 보는 배우였다. 80년대 초반의 영화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음양착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홍콩의 보험 판매원인 고지명 (알란 탐)은 우연히 차량 사고를 일으킬 뻔 하면서 여신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 예숙군을 마추치게 된다. 그러나 이후 이 소녀는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알란 탐은 보험료 지급을 위해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귀신이 된 그녀를 만나게 되고 곧 둘은 운명의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음양착은 풍운 3부작으로 홍콩 느와르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쿠엔티 타란티노에게도 영향을 줬던 임영동 감독의 데뷔작이다. 방송국에서 TV 드라마를 감독하다가 데뷔한 것 같다. 이 당시의 임영동 감독은 신인 감독인 탓에 영화에 대한 통제권이 적었던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국내의 영화 소개에는 촉산(1983)에 버금가는 특수효과로 화제인 작품이라던가, 화제의 판타지 영화라던가 같은 표현이 보인다. 근데 사실 촉산의 특수효과가 훨씬 많고 대단하다. 

애초에 시대 판타지와 현대 배경 판타지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80년대 초반의 당시의 특수효과라고 해봤자 크게 뭐가 없다. 지금은 아이폰으로 다 해결이 가능한 정도의 수준이다.



음양착을 보면서 영기박인을 떠올린 이유는 아마도 음양착의 원안을 만든 이가 황백명이어서 그런 가 보다. 음양착은 황백명이 있는 시네마시티에서 제작한 기획 작품이다. 황백명이 원안을 짜고 고지삼이 각본을 쓰고 맥가가 제작을 했다. 

저때의 황백명은 귀신 이야기에 진심이었나보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귀신 이야기 하면 그의 최고 인기작인 개심귀도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지존무상, 지존계상, 경천12시, 용의가족 등에서 유덕화와 함께한 알란탐의 이미지가 큰데, 80년대 초반에는 청춘영화스러운 작품을 많이 출연했나보다. 

ott에 아직 보지 못한 알란탐의 초기작이 몇개 있는데, 궁금하긴 하다. 음양착에서는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제법 실감나고 재미있게 연기한다.

귀신으로 등장한 예숙군은 그나마 내가 알만한 작품이 장국영 주연의 H2O이다. 근데 이 작품도 아직 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여하튼 당시 나이 32살의 알란탐과 아직 15살의 예숙군이 사랑에 빠질듯 말듯한 연기를 펼친다. 그런데 결말을 보고 나면 무언가 찝찝하다.



음양착은 성실하게 이야기를 쌓아간다. 캐릭터도 다양하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우연히 어느 소녀를 스쳐간다. 그 소녀는 사고로 죽고 만다. 주인공에게는 약혼녀가 있고, 가족들이 있고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모두 알란탐을 아낀다. 그러다가 소녀의 사고를 조사하면서 귀신이 된 그녀를 알게 되고 가까워진다. 

주인공의 남동생은 그런 알란탐의 행동이 이상해서 몰래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귀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 결혼을 당연시해서 알란탐을 마구 대하던 약혼녀 엽동은 발작 버튼을 누르게 되고 시어머니와 퇴마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퇴마사가 알란탐의 아파트에서 귀신을 성불시키려 하면서 처참한 결말이 다가온다.

귀신이 등장하는 부분에서의 자잘한 에피소드와 특수 효과는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약발을 잃었다. 그저 귀여운 특수효과구나, 아날로그 시대에 열심히 했네 하고 볼 수 밖에 없다. 

몇몇 장면은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은행나무침대도 떠올랐다. 은행나무침대가 개봉할 당시에는 홍콩 영화인 몽중인이나 귀신랑 언급이 제법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양착이 더 많이 닮은 느낌이다. 더 먼저 나왔지만 덜 유명해서 사람들이 몰랐을려나


영화 내내 그냥 허허실실 잘 봤는데, 마지막의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 퇴마사에 의해서 성불당하려는 찰나에 그녀를 구하겠다고 집으로 돌아온 알란탐이 생문을 열어젖히는 바람에 반대편의 사문이 열려서 예숙군이 지옥으로 끌려가버린 것이다. 

그녀를 구하겠다고 아파트 밖으로 몸을 날렸다가 추락해서 거의 죽을 뻔했지만 결국 쌩쌩하게 회복한 알란탐은 그녀를 회상하면서 픽 웃으면서 끝난다. 마치 좋은 경험 했다거나 좋은 추억이 생겼다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끝난다. 

예숙군 입장에서는 성불도 못하고 지옥으로 끌려갔는데, 퇴마사 놈도 나쁘지만 알란탐이야말로 썸을 탈 듯하면서 다가왔다가 일을 망친 놈이 아닌가. 그런 놈이 웃으면서 끝나다니 이 뭔 결말이야 싶었다. 뭐 개인적인 느낌이 그러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귀신랑도 비슷하게 끝나지 않던가 싶다. 귀신랑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임영동의 데뷔작이라거나 80년대 초반의 홍콩 판타지 로맨스물이라거나 촉산에 버금가는 특수효과 작품 등등 나름 명분을 붙여보고 싶지만 그냥 그 시절에 홍콩 영화를 추억하는 분들 외에는 특별히 볼 가치가 없는 영화다. 귀신과 사랑을 하는 판타지 로맨스가 보고 싶다면 그냥 최신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잘 찾아보시라.  

루남광이 알란탐의 친구 중 하나로 잠깐 등장한다. 거의 엑스트라 급으로 등장했는데, 이때는 데뷔 초반인가 보다. 수많은 강시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하던 모습보다는 성실히 친구 연기를 하는게 눈에 띈다. 

전풍 아저씨가 퇴마사로 등장하는데 인상적이었다. 이소룡 영화라던가 장철 영화라던가 무협 영화에서 장문인 이미지로 나오던 것만 보다가 퇴마사로 나오는 모습을 보니 조금 색달랐다. 이외에도 동표라던지 진흔건이라던가 익숙한 배우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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