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영웅 1987

 난도영웅(1987)은 왕정이 감독하고 진백상이 주연을 맡은 홍콩 코미디이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눈꼽만큼도 알지 못했는데, 최근 ott 서비스에 지나간 홍콩 영화들이 많이 아카이빙이 되면서 하나둘 찾아보다보니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왕정 영화를 불량식품처럼 여기면서 꾸역꾸역 찾아보는 편인데, 왕정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비디오조차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ott시대를 맞이해서 보게 되어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난도영웅은 전형적인 왕정의 b급 코미디다. 왕정은 당시 종진도나 임준현 같은 미남 배우를 데려다가 장만옥이나 관지림, 종초홍 같은 여배우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진백상이나 본인이 코믹한 역할을 해서 등장하곤 했다. 그러면서 양산형으로 진백상이나 본인이 주연을 맡은 저예산 코미디를 만들었다. 

난도영웅은 그런 저예산 코미디 중에 하나이다. 진백상은 오복성(1983) 시리즈로 잘 알려진 풍쉬범과 공동주연은 맡았는데, 도박에 중독이 되서 일상을 도박으로 보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풍쉬범은 결혼을 하기 위해 직장 동료와 연애를 하면서 돈과 정성을 바치지만 버림을 받고 필리핀으로 가서 여자를 사서 원정결혼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무려 37년전 영화이고, 80년대 정서를 담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는 내내 개그를 빙자한 여러 비하가 나온다. 남존여비는 물론이거니와 홍콩으로 돈을 벌러온 필리핀 여자에 대한 업신여김까지 은근히 배여온다.

스토리 내내 도박에 중독된 진백상의 코미디와 그걸 알면서도 그를 만나는 여주인공 고려홍의 모습이 80년대스러움을 보여주고, 역시나 필리핀 여자와 결혼해서 떠받들려서 살면서 자신을 버린 옛 여친인 직장 동료에게 자랑을 하는 등의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 시절이 어떠했는지 알고 있는 최소 50대 이상의 분들이나 어렴풋이 그 시절이 그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40대 이상이 아니면 이 영화는 코미디를 빙자한 파렴치한 영화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40여년전 영화다.

초반에 조금 보다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그만 보려다가 그래도 인정상 마지막까지는 보자 싶어서 1.5배속으로 보았는데, 그렇게 보아도 괜찮을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실없는 농담과 에피소드가 이어질 뿐이다. 영화 마무리를 위해서 여자친구를 위해 도박을 그만두었던 진백상이 장인어른의 허락을 받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는 과정이 잠깐 나올 뿐이다.

다 보고 혀를 차며 검색을 해보니 영화는 쫄딱 망했다. 비디오용 영화였을려나 싶다. 그나마 볼거리는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고려홍의 모습이었는데, 이때가 동방독응(1987) 전이었나보다. 21살이었다고 하는데, 20대 중후반의 커리어우먼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도박 장면에서는 왕정 감독의 아버지인 왕천림이 등장하는데, 아들인 왕정에게 다작 감독의 피를 물려준 왕천림 감독은 무려 두기봉 감독의 영화 스승이기도 하다. 얇은 콧수염을 한 너무나 중국인스러운 풍채여서 조금은 웃었다. 

여하튼 최근에 너무 마이너한 작품만 본 것 같다. 당분간은 메이저 흥행작 위주로 좀 찾아보면서 멘탈을 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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