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부: 귀신 잡는 주고력 1986

 허관문의 미스터 부 시리즈 중의 하나인 귀신 잡는 주고력을 웨이브에서 보았어요. 티빙과 웨이브에서 주로 그 시절 홍콩 영화를 보고 있는데, 최근에 허관문의 그 시절 코미디 영화가 마음에 드네요.


미스터 부 8이라고 소개가 되기도 하는데, 미스터 부 시리즈는 허관문이 주연한 일련의 영화들을 묶은 것일 뿐 실제로 시리즈는 아니에요.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속편의 제목을 붙였다고 하네요. 예스마담의 성공 이후에 양자경이 주연한 영화가 모두 예스마담 속편의 제목으로 나왔던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원제는 神探朱古力이고, 초콜릿 형사라는 뜻이에요. 주고력은 초콜릿의 음차인데, 당시 수입업자께서 초콜릿 대신에 주고력을 그대로 쓰면서 귀신 잡는 해병에서 표현을 따와서 나온 제목이 아닌가 싶어요.


귀신 잡는 주고력은 허관문이 연출을 맡지 않았어요. 보통 주연과 연출을 다 맡아서 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진흔건 감독이 연출을 맡았어요. 검색을 해보니 이전작이 흥행에 실패를 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하네요. 허관문은 제작을 맡았고, 진흔건과 공동으로 각본을 담당했어요.

진흔건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신용쌍향포 시리즈의 속편인 쌍용출해라던가 벽력대나발 같은 재미난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진흔건은 경찰 출신이라고 해요. CID로 근무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계에서 활동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첩혈속집에서 주윤발의 상사로 나왔던 역할이 기억에 남네요.

영화의 배경은 경찰서에요. 허관문은 이번엔 승진을 못한 베테랑 형사를 맡았고, 허문영은 변함없이 사이드 킥 형사로 등장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매번 엉뚱한 실수를 하면서 화면에서 사라지는 허문영의 모습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요. 

히로인은 매염방이 맡았어요. 경찰 서장인 교굉의 딸로 등장해 신입 경찰로 허관문에게 맡겨지는데, 미스 홍콩에 도전 중인 캐릭터로 나와요. 그 시절 미스 홍콩 대회는 꽤 큰 이벤트였나봐요. 우리도 그 시절에는 미스 코리아 대회가 매년 큰 볼거리의 행사였는데, 홍콩은 좀 각별한 느낌이 들어요. 미스 홍콩에 당선되서 재벌과 결혼하겠다는 대사를 여러 영화에서 자주 본 느낌이에요. 여하튼 22살의 풋풋한 매염방 누님의 모습이 새롭네요.

요리 방송을 진행하는 탈렌트로 등장하는 호혜중에게는 쌍둥이 아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실종이 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초콜릿 형사가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주요 내용입니다. 호혜중은 실종된 아들을 애타게 찾는 어머니로 나오는데, 극중 설정이 27살이라는 게 충격적이네요. 지금 27살과 그 시절 27살은 너무도 다르네요. 



초중반은 경찰서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 소개가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허관문, 허관영 형제가 펼치는 코미디가 눈을 사로잡아요. 경찰 서장으로 등장하는 교굉에게 불려갔을 때 벌어지는 코미디나 라이벌 형사 주문건과의 미묘한 신경전이라던가 매번 이상한 신고를 하러 오는 정신이 조금 이상한 여성 캐릭터 등이 필요한 상황마다 적재적소에나와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근데 기존의 작품과 다르게 스토리 진행도 제법 진중해요. 마냥 웃길 것만 같은 허관문의 캐릭터는 막상 수사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중하고 프로페셔널 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코미디보다는 코믹 수사극의 느낌이 커요. 아마도 진흔건 감독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중반에 제법 큰 규모의 카레이스 신과 액션 신이 있고, 클라이막스에서는 불길 속에서 인질을 구출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있어요. 상당히 볼거리가 풍부한 느낌이었어요. 특히 달리는 트럭의 열린 문에 매달린 매염방의 액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진짜로 매달린 것 같아서 보면서 너무 위험한 거 아냐? 싶기도 했어요. 확실히 80년대 홍콩 스턴트 액션이 차원이 달라요.

이전의 다른 허관문 작품들이 소동극 중심으로만 이루어졌거나 혹은 너무 과장된 만화적 감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코미디 부분을 제외하면 꽤 완성도 높은 형사물 같기도 해요. 

이색적인 것은 범인 역할로 서금강, 풍극안, 진혜민, 태보 등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어요. 코믹한 주연 배우들과 달리 이들은 코미디가 1도 없이 진지하게 연기해요. 특히 언제나 웃음기 많은 이미지였던 태보의 열연이 돋보여요. 



귀신잡는 주고력은 1986년 홍콩 박스 오피스 흥행 4위를 한 흥행작이에요. 여전한 허관문의 인기를 보여준 작품이죠. 이 해는 영웅본색이 등장한 해이고, 폴리스 스토리가 나온 해이고, 강시선생이 시작된 해이죠. 그야말로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 시절이었는데, 당당하게 4위를 했다는 게 대단하네요. 그런데 이런 작품을 나는 전혀 몰랐다니. 형님 세대분들은 잘 아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