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서 사후환생을 보았어요. 원제는 척도보에요. 그 시절 비디오 렌탈샵에서 비디오 커버만 살짝 확인하고 빌려보진 않았던 작품이에요. 한창 액션과 느와르에 심취해있던 그 시절의 저에게는 어딘가 아동용 코믹 영화 같은 느낌의 포스터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거든요. 당시에는 두기봉이라는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고, 양조위 역시 굳이 찾아볼 정도로 인기 있는 스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30년이 흘러서야 왓차에서 찾아본 척도보 사후환생은 전형적인 그 시절 홍콩 코믹 영화네요. 92년 작품이라서 80년대와는 조금 다른 화면 땟깔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80년대스러운 설정이 남아 있어요.
초중반의 익숙한 홍콩식 캐릭터 설정과 개그 연기가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후반부의 황당한 설정과 전개는 역시 하이브리드 잡탕 홍콩 영화임을 떠올리게 해요. 저 때는 왜 저 세상과 귀신과 환생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쓰고 보니 요즘도 귀신과 환생 영화 드라마가 넘쳐나는 시대로군요.
사후환생은 귀신으로 환생한 소년 샤오바오와 삼촌 칩천(황추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집안의 재산이 탐났던 칩천은 샤오바오를 유괴하고 살해한 뒤, 받은 돈을 가필드 인형 안에 숨깁니다. 샤오바오는 원한 때문에 승천하지 못하고 집에만 머무르는 지박령이 되고 말아요. 도둑 전패(양조위)와 문문(정측사)가 칩천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가필드 고양이 인형을 훔치러 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귀신 샤오바오의 실체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요.
연출을 맡은 두기봉 감독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고용 감독으로 이러저러한 상업 영화를 만들고 있었어요. 거장으로 성장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였고, 사후환생을 만들 당시에는 황백명이 제작하는 일련의 코미디 영화에서 장기를 발휘하고 있어요.
이 영화 역시 황백명이 제작을 맡은 영화입니다. 시네마시티 신예성이 해체되고 난 후에 황백명은 만다린 필름을 만들어서 본인 스타일의 영화 제작을 이어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척도보라고 볼 수 있어요. 귀신을 소재로 한 코미디는 개심귀 시리즈를 시작으로 황백명의 특기이니까요. 두기봉 감독은 개심귀 시리즈의 3편인 개심귀당귀를 연출하기도 했구요.
한편으로는 두기봉 감ㄷ고은 TVB의 무선 영화에서는 이미 그만의 느낌이 담긴 액션 느와르를 찍고 있기도 했어요. 특경 90 시리즈가 유명하고 그 외에도 여러 무선영화가 있어요. 세월이 너무 흐른 탓에 이제는 유튜브의 여러 홍콩 영화 채널에서 여러 작품이 공개가 되고 있어서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자막이 없으니 외국 팬은 서글프네요.
주연을 맡은 양조위와 정측사는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 콤비에요. 양조위는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인 사탄자여주사내(국내에는 비디오로는 천약유정, 왓차에는 명일천애로 소개된 작품)에 출연해 오맹달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맹달보다는 정측사와 더 잘맞는 것 같아요.
이때 양조위는 아마도 천녀유혼3를 찍고 천왕1991를 찍은 직후 였나봐요. 왜냐하면 천녀유혼3의 스님 역을 위해 삭발을 했었고, 그 후 천왕1991에서는 민머리인 상태로 가발을 쓰는 장면이 들어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직후인 척도보는 그 후에 찍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거든요. 머리 길이로 영화 촬영 시점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네요.
게다가 척보도의 중반에 가장 무도회에서 천녀유혼3의 스님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하기도 합니다. 정측사는 황비홍의 제자인 임세영 코스프레를 했어요. 본인이 연기한 영화 캐릭터를 셀프 코스프레 하다니. 영화 중에서 제일 웃었던 장면이에요.
중간에 잠건훈이 박사로 등장해서 저세상의 법칙이라던가 이러저러한 장치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그때는 항상 박사가 나와서 특이한 장치를 제공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007영화의 Q의 영향이 전세계에 미쳤을려나요.
악당 역을 맡은 황추생은 이 시기에 출연한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악당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놀랍게도 모든 캐릭터가 다 조금씩 다르게 설정이 되어 있어서 황추생이 얼마나 노력하는 배우인지를 보여주네요. 비슷한 시기에 찍은 지존무상2의 악당과 이 영화 척도보의 악당과 지존계상의 악당과 협도고비의 악당과 황비홍소전의 악당의 연기가 모두 달라요. 그러면서도 두기봉 감독의 TVB 무선영화 특경90에서는 굉장히 쿨하고 멋진 형사 역으로 나오기도 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 띈 것은 여주인공으로 나온 상니(sunny의 음차라고 하네요)라는 배우였는데, 어딘가 임청하를 닮은 듯 매염방을 닮은 듯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미모의 배우였는데 왜 더 뜨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검색을 해보니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어둠의 유혹에 시달린 듯 해요. 연기와 상관없이 여기저기 술자리에 불려 가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로 고통받았다고 하네요. 홍콩 연예계를 피해 일본 연예계에 진출했는데 거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나 봐요. 결국 홍콩으로 돌아와 연예계를 은퇴하고 스님이 되었다가 다시 연기 복귀를 해서 연기상도 받기도 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뭔가 안타깝네요.
사후환생은 밝은 느낌의 코미디 영화에요. 스토리의 내용 자체는 굉장히 어둡고 충격적인 내용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피해자를 꼬마 아이 귀신으로 설정하고 그 아이를 돕는 착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를 붙여서 밝게 연출을 했어요.
악당 역을 맡은 황추생 역시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으로 잔악한 역할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코믹스럽게 연출이 되어 그나마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 당시의 두기봉 감독은 스토리를 재미있게 잘 풀어가는 데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그만의 시그니처라던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한 것 같네요.
척도보 사후환생은 1992년 6월에 홍콩에서 개봉해서 흥행에서 대폭망했어요. 하지만 다음달인 7월에 개봉한 두기봉 감독의 또다른 연출작 심사관은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고, 홍콩 반환 이전에 그가 기록한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어요.
30년이나 지난 이 영화는 양조위의 팬이거나 두기봉 감독의 장인 감독 시절이 궁금하거나 그 시절 홍콩 코미디가 그리운 분들에게만 통할 것 같네요.
영화 제목 踢到寶는 횡재했다라는 의미에요. 유튜브에 라이센스를 딴 채널이 무료로 영화를 공개했어요. 한글 자막이 없으니 어차피 국내 ott에서 봐야하지만요.


